시식
완벽한 기쁨
유년 시절로의 회귀, 혹은 잃어버린 미각, 새로운 세계의 발견? 크림이 우리에게 들려주고자 하는 미식의 역사는 무엇인가? 크림은 쉽고 중립적이면서도 다소 까다로운 기질을 갖고 있다. 그렇지만 꼭 알아두어야 할것은, 크림은 매우 부드러우며 사랑스럽다는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크림을 자극하지 않도록 크림에 대해 잘 알아야 하고 잘 다룰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크림은 가장 섬세한 향을 잘 표현해내며, 신맛을 부드럽게 한다. 부드러움을 배가하는 크림은 식욕을 돋워 준다. 하얗고 부드러운 크림은, 마치 백색 과일처럼 새콤하면서도, 붉은 과일처럼 부드럽고 달콤한 맛을 내기도 한다. 또는 사과나 배 같은 클래식한 과일처럼 한 번에 다양한 맛을 보여주기도 한다. 혹은 리치, 망고스틴, 코코넛 등의 이국 과일처럼 부드럽기도 하다. 과일뿐만 아니라, 꽃향, 향신료, 시럽, 화이트 초콜릿, 설탕 같은 느낌도 갖고 있다. 크림은 때에 따라 다양한 향을 내며, 때로는 풍부하며, 때로는 가볍기도 하다. 즐겁고 행복한 크림은 자신의 장점과 특징을 더욱 살릴 줄 안다. 크림은 자연스럽고 심플할 때 자신의 진정한 면모를 보여준다. 크림은 강한 감귤 향으로 입안을 간지럽게 하고, 과일향과 꽃향을 내뿜으며 마치 정원 속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들게 만든다.
크림은 풍미 증진제입니다
요리계의 조향사로 일컬어지는 미쉘 게(Michèle Gay)는 요리와 향기 사이에 연결 다리를 놓는 일을 한다. 독창적인 요리를 지향하는 그녀는 새로운 레시피를 창조하기 위해 향과 맛에서부터 시작한다.
향기가 있는 요리(Parfumerie culinaire, 미쉘 게가 정립한 새로운 개념의 요리 컨셉)에서, ‘지방’은 완벽환 조화를 이끌어 내며, 그녀가 특히 좋아하는 재료이다. 오일, 버터와 같은 모든 지방질처럼 크림은 이상적인 지방이다. 다른 재료들을 뒷받침 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향을 입히기에 완벽한 재료이다. 지방질과 향기 사이에는 많은 상호 작용이 있다. 크림이 매우 조심스럽게 연결 매체로서의 역할을 하는 동안, 지방은 그 자체로 향기로운 이야기를 가져다준다. 수분에 빠르게 스며들며, 지방질이 정말 효과적인 재료라는 것을 보여준다.
향기를 끌어들이는 두 가지 방법은 차갑게 또는 뜨겁게 인퓨즈하는 것이다. 뜨거운 인퓨전은 몇 분 내로 이루어지는 반면, 차가운 인퓨전은 향이 깊이 스며들기까지 훨씬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이는 조향에서도 마찬가지이다.향을 내는 것은 재료를 어떤 방식으로 사용하느냐에 달려있다. 예를 들어, 페퍼베리와 으깬 후추는 우리에게 서로 다른 향의 세계를 경험하게 해준다. 누군가는 탑노트에서, 다른 누군가는 베이스 노트에서, 혹은 입 안에서의 여러 잔향으로 제법 긴 또는 길기도 한 이야기를 만나게 된다. 재료의 건조 여부에 따라서도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시나몬 나무는 지방보다 풀의 향을 많이 갖고 있어서 더 많은 나무 향이 난다.
조향에 있어서 이렇다 할 규칙은 없다. 조화를 찾아내기 위해 과감히 시도하고 경험해야 한다. 탄탄한 기초를다진 후 각각의 재료를 끌어내야 한다. 그 비결은 바로 이것이다 : “나는 레시피에서 출발하지 않고, 향으로부터 출발한다. 이로써 창의적인 요리가 탄생한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데 두려워하지 말고 대담해져야 한다.”
트렌디한 크림
넬리 로디(Nelly Rodi)는 유행에 따른 소비 혁신, 소비자들의 새로운 소비태도와 같은 성향을 분석하고 예측하는 미래 전문 에이전시이다. 뱅상 그레구아르(Vincent Grégoire)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인퓨전에 대한 트렌드를 분석했다.
수프, 국, 허브 티에서 인퓨전은 현재 큰 반향을 일으키는 트렌드이다. 모든 가향 액체는 건강과 행복을 향한 연금술과도 같다. 약초, 야생, 자연이 결합된 해독제이며 즐거움의 회복을 경험하게 해준다. 약간의 샤머니즘,치유, 할머니의 손길과 같은 느낌이 있으며 마치 드루이드 (Druid, 켈트인에게 신의 의사를 전하는 주술적 지도자) 레시피와도 같다.
우리는 어떤 결과를 도출해내고, 미묘한 식감과 조화를 이끌어내며, 놀라움과 일종의 가벼움을 창조하기 위해 노력한다. 오늘날 우리는 더이상 어떤 한가지 향에 국한되지 않고, 조화 속에 있는 섬세함을 필요로 한다.허브에는 미각에서 뿐만 아니라 후각에서도 야생적이며 향기로운 트렌드가 있다. 레몬 향을 가진 노트는 다소 스포티하며, 스파이시함은 종종 관능적이고 기이함을 풍긴다.
자연은 있는 그대로여야 하며 무해해야 한다는 것, 이것은 일종의 강박증이다. 우리는 여러 가지 종들이 계속해서 사라지고 있음을 매우 두려워하고 있는데, 자연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음을 우리 스스로 되새길 필요가 있다. 엄습해오는 미래주의의 여명에, 우리가 가진 것을 이용할 줄 알아야 한다. 이는 대지의 믿을 수 없게 놀라운 놀이와도 같다. 분자와 모든 공학기술은 너무 많은 위험성을 지니고 있으며 이상하기까지 하다. 두려워진 우리는 다시 화학견습공으로 돌아간다. 기억을 상기시키는 자연은 우리를 안심시킨다. 사람들과 추억을 쌓는 것은 매우 즐거운 일이다. 거울과 같은 역할을 한다. 이는 우리 과거를 되돌아보게 하며 기분을 좋아지게 하기 때문이다. 딸기가 어떤 맛이었는지 기억하고, 이를 재창조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처럼 말이다. 셰프는 기억과 감정에 사로잡혀있는 사람들이다.
요리는 향들의 조화를 만드는 작업이다. 이것은 마치 마법과도 같다. 바닐라로 알고 있던 크렘 빠띠씨에르에서 민트의 맛을 느끼는 것, 호기심을 자극하지 않는가? 흔히 토마토, 모짜렐라와 함께 쓰이는 바질로 예를 들면 고급 향수 가게와 같은 다른 영역에서 쓰이기도 한다. 마치 통카콩(향수나 바닐라의 대용으로 쓰는 검은 아몬드 모양의 씨)의 열매와 같은 경우이다. 음식과 향기로움 사이에서 명백하게 두 가지 역할을 해내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 또 다른 무언가를 관찰하고 일하며, 이를 통해 종종 시너지 효과를 일으킨다. 구분을 없애며 서로 조화롭게 잘 섞이게 한다. 향기는 음식에 영감을 주며, 음식 또한 향기에 영감을 준다. 우리는 전통적인 세계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것을 추구하려는 욕망이 있다. 이러한모든 것은 구분에 대한 장벽을 허물게 한다. 점점 더 많은 재능을 가진 이들을 만나게 되고, 이를 통해 영감을 받으며 놀라운 세계를 경험하게 된다. 디제이, 운동 선수,조경사, 셰프 등과 같은 이들이 함께 일하는 ‘창조의 세대’이기 때문이다. 모두가 서로의 생각을 공유한다.